성곽 너머로 역사를 보다
포항 하면 흔히 바다를 떠올리지만, 그 바다에서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뜻밖의 고요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자리한 장기읍성은 천 년이 넘는 시간을 품고, 동해안의 전략적 요지로 기능했던 성곽도시다.
산성을 닮은 위치, 조선의 석성 구조, 그리고 고려 시대의 위기감이 혼재된 이곳은 단순한 지방 읍성이 아닌, 국가 방위 체계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이제 그 돌담을 따라 걸으며, 성곽과 함께 쌓여온 역사의 무게를 느껴보자.
고려부터 조선까지, 성곽 속에 숨은 시간들
장기읍성은 구릉 위에 조성된 성곽으로, 처음에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이후 조선 시대에 석성으로 개축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사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성곽 축성의 시작은 **고려 현종 2년(1011년)**으로 기록된다.
그 당시 이 지역은 왜적의 동해 침입과 여진족의 북방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었으며, 장기읍성은 그러한 위협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요충지였다.
이후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서 석성으로 개축되며 방어 기능이 더욱 강화되었다.
📌 현재 장기읍성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 불규칙한 타원형 구조, 전체 둘레 약 1,440미터
• 성문 3개소(동·서·북) 및 옹성, 12개의 치성
• 우물 4개소, 연못 2개소(음마지)
• 동문 옹성에는 **‘배일대(排日臺)’**라는 각자가 새겨져 있어, 일본 견제의 의미를 시사한다.
또한 성내에는 장기향교와 과거 행정청이던 동헌 터가 존재하며, 동헌 건물은 현재 성 외부의 면사무소 안에 보존되어 있다.
이처럼 장기읍성은 동해안의 방어선이자 지방 행정의 중심으로, 단순한 성곽 그 이상이다.
역사적 가치
장기읍성은 단순한 지역 방어용 시설을 넘어, 고려~조선 시대 동해안 방어 체계의 핵심으로 기능하였다.
특히 동해안을 따라 형성된 해안 방어 성곽 중에서도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내륙형 산성 구조를 함께 보여주는 독특한 사례다.
해발 100m 내외의 구릉 정상에 위치해, 평지 읍성과 달리 산성의 방어적 기능을 겸비한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원형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하다
주변 관광지 추천
장기읍성은 단독 목적지로도 훌륭하지만,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면 역사 + 자연 + 체험이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된다.
관광지 거리 특징
장기유배문화체험촌 : 유배문화를 체험하며 조선 시대 사상가들(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등)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음
호미곶 해맞이공원 : 해돋이 명소. ‘상생의 손’ 조형물이 인상적
보경사 & 내연산 12폭포 : 사찰과 계곡의 조화.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산책 가능
구룡포 근대문화거리 : 일제강점기 근대문화 흔적이 남은 거리, 일본인가옥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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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시간을 걷다
장기읍성은 단지 오래된 돌담이 아니라, 고려의 긴장과 조선의 통치, 그리고 동해를 향한 경계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사의 산물이다.
잘 다듬어진 성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과거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숨결이 아직도 흐르고 있다.
이 작은 읍성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동쪽으론 푸른 바다와 이어지고 서쪽으론 경북의 산세가 펼쳐지며, 마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늘의 여행이 단지 ‘어디를 갔다’는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되새겼는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역사는 늘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다시 들여다보기를 기다리고 있다.
장기읍성, 그 한가운데에서 천 년의 시간을 천천히 걸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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